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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d in munhwamagazine
26 March 2024

[한윤지 칼럼] 비극은 너무 바보 같아


By 한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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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March 2024

[한윤지 칼럼] 비극은 너무 바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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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에 오면 잠시 다른 세계로 도망친 것 같다. 상히읗 갤러리는 작고 이국적인 야외 카페와 식당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클 리키오 밍 히 호 작가의 ‘세상 모든 것은 순수 에너지로 만들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피곤하다’ 전시는 지하로 내려가면 시작된다.

마이클 리키오 밍 히 호(b.1996)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한 작품으로 아이러니로 가득 찬 현대 사회를 재치 있게 표현한다. 이미 쓰인 글과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밈(meme)을 참고한 그의 문장은 현대인의 일상적 좌절감과 모호한 마음을 포착한다. 전시 제목에서부터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나와 우리의 마음을 대신 말해준다.

‘It’s okay to be fragile sometimes(가끔은 상처받기 쉬워도 괜찮아)’(2024)는 직육면체처럼 보이도록 이끄는 평면 회화다. 기울어진 직육면체의 윤곽으로 만들어진 캔버스 위에 음영으로 직육면체의 환영을 만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들어낸 환영을 거부하듯이 잘라서 이어 붙인 여러 이미지의 경계가 보인다. 그 위로 물감이 이 경계를 무시하거나 드러내며 환영을 만들거나 환영을 지운다. 언뜻 보면 어항이 연상되는 초록색 풍경 위를 다음과 같은 문장이 가로지른다. ‘가끔은 상처받기 쉬워도 괜찮아/ 가끔만?/ 응 가끔만 It’s okay to be fragile sometimes/ only sometimes?/ yes/ only sometimes’. 산세리프체의 소문자로 이어진 문장은 직육면체의 환영을 따라 그늘지며 환영에 참여한다. 문자는 3차원이자 2차원으로 존재한다.

여러 문장이 이어진다. ‘Tragedy is so silly(비극은 너무 바보 같아)’(2024)는 갈색의 야자수와 하늘 사이에 비극이 너무 바보 같다는 문장이 세로로 넓은 간격을 두고 쓰여있다. 직육면체의 아랫면으로 접힌 ‘silly’는 왜곡되어 보인다. 그의 작품은 슬픔만을 표현하는 비극이라기보다 사회와 사람의 모순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며 슬픔과 즐거움을 번갈아 보여주는 코미디, 희극에 가깝다. 비극을 부정하면서 결국 비극을 말하는 태도는 희극이 가진 독특한 생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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