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해방촌 입구를 조금 지나 자리한 상히읗은 2명의 기획자가 운영하는 개성 가득한 전시 공간이다. 이곳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리적 장점만큼이나 동시대 신진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해 그들이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현재 이빈소연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1960~70년대 탄광소 관리자의 아내였던 작가의 외할아버지의 어머니와 그의 장남에게 시집온 작가의 외할머니, 그리고 그 가운데서 자란 작가의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아 이들의 서사와 분쟁을 따라가는 모큐멘터리 영상 작품 ‘Nothing(0) Department’를 중심으로 그에서 파생된 설치 작품과 디지털 페인팅을 선보인다. 당시에는 관심받지 못하고 기록되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작품의 주인공이 된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평범함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대표성과 함께 우리 주변의 소외된 여러 문제에 대해 시선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